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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트릿지, 농업계 첫 유니콘 등극

정혁훈 기자
입력 : 
2022-08-25 10:23:23
수정 : 
2022-08-25 14: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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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3조6000억 인정받고 500억 투자유치
전세계서 농축수산물 조달해 고객사에 공급
월마트 까르푸 델몬트 등 글로벌 고객 벌써 4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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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식 트릿지 대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업 데이터 스타트업인 트릿지가 시장에서 기업가치 3조6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 농업 스타트업 중 최초로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함으로써 농업계 첫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트릿지는 25일 "DS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 유치를 최종 확정해 누적 투자유치 금액 1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트릿지가 이번에 50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3조6000억원이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DS자산운용은 여의도 증권업계에서 '은둔의 투자 고수'로 유명한 장덕수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트릿지가 이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배경은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사업 구조가 이미 글로벌화돼 있는 데다 성장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특히 트릿지와 같은 사업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전세계적으로도 거의 없어 시장 장악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트릿지는 같은 이름의 글로벌 농산물 무역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체나 식품업체가 원하는 농축수산물을 전세계에서 조달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미국에 있는 월마트가 아보카드 구매를 원할 경우 트릿지는 자체 구축한 빅데이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전세계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아보카도를 조달해 월마트에 공급한다. 이런 식의 거래액(매출액)이 월 200~300억에 달하고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은 트릿지가 수년간 확보한 전세계 농축수산물 빅데이터 덕분이다. 트릿지는 현재 농축수산물 15만종의 가격과 품질, 무역 관련 데이터를 구축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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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릿지의 한 현지인 직원(왼쪽)이 남미의 한 농장을 방문해 해외 유통업체로 보낼 바나나의 작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트릿지]
트릿지의 또 다른 강점은 농축수산물 공급망을 관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다. 현지 농장 실사를 비롯해 공급자 이력 검증, 계약 협상, 세관 등 무역 업무를 대행한다.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농축수산물 장기 구매 계약,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축수산물 시장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트릿지는 90개국에서 현지 농축수산물 풀필먼트 서비스를 담당할 자체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월마트를 비롯해 델몬트, 까르푸 등 농수산식품 도소매 기업뿐 아니라 호주 농업부, 싱가포르 식품청, 맥킨지 등 다양한 국내외 기관이 주요 고객이다. 이미 회원 수가 40만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전체 회원의 95% 이상이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트릿지는 신규 확보한 자금을 프로덕트 고도화와 해외 법인 확대, 신규 서비스 도입, 해외 네트워크 강화 등 신사업과 서비스 내실화에 쓴다는 계획이다. 신호식 트릿지 대표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 등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해외 서비스 확장 등 더 탄탄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신 대표는 미국 미시건대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한 뒤 도이치뱅크,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거쳐 2015년 트릿지를 창업했다. 당초 원자재 투자 경력을 살려 글로벌 원자재 교역 플랫폼을 고안했으나 농축수산물에 대한 글로벌 거래 수요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한 뒤 지금의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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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릿지의 거래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그림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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